<aside> 🏡 ❬아픈 몸과 사는 글쓰기❭ 라이츠 서포터 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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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2018년 말기 암환자로 진단받고 다양한 정체성 중 아픈 사람으로 생존하고 있는 ‘쟤’ 입니다. 아픈 사람 정체성 외에도 사회가 인식하는 나와 내가 인식하는 다양한 나 사이의 괴리감에 대해 분투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며, 내 이야기와 공생하는 존재들의 이야기가 소통할 수 있는 삶과 잘 죽기 위해서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와 타인, 삶과 죽음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쟤이군요. 요즘 관심사는 뭐예요?


요즘은 ‘동네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보내고 있어요. 저는 지금 제가 사는 지역에 오래 거주했는데요. 제가 사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을활동이나 의제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어요. 근데 아파서 한참 방 밖에 나갈 수 없는 몸상태일 때에는 저의 관심사나 애정하는 사람들이 제가 존재하는 이 곳과 멀리 동떨어져 있다는 것에서 엄청 고립감을 느꼈었어요. 사는 집 밖을 나갔을 때 가족 외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밀한 사람이 근방에 없다는 게 두렵고 슬프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는 동네 안에서 마을활동을 통해 제가 관심을 갖는 문제에 사회안전망을 가질 수 있을지 탐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컨디션이 워낙 오르내리는지라 지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걸 보기도 합니다. 소셜에서 보는 ‘세상 돌아가는 일' 중에서 저의 아이돌 덕질 또한 빠뜨릴 수 없겠네요. 재밌는 건 덕질을 하며 만난 덕친들 중에서 결국 오래 이어지는 이들은 삶의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이었어요. 신기하게도 덕친을 통해 재밌는 일이 이뤄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요즘에 엄청나게 열광할 대상이나 정말 재밌다고 느끼는 컨텐츠가 덜 재밌고 시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이돌 산업이 아무래도 자본주의 최첨단에 있는 산업이다보니 즐겁자고 하는 덕질인데도 제가 관심갖는 인권문제 등과 대치되는 경우들이 오랫동안 쌓이면서 피곤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제가 쉽게 지치는 컨디션이 된지라 돈과 시간과 품을 들여야하는 노동집약적인 덕질에 지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여전히 음악적으로 웰메이드한 케이팝을 듣는 건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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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맛있는 음식을 통한 경험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제 지도어플에는 천개가 넘는 맛집이 저장되어 있는데요. 요즘은 제가 갈 수 있는 거리의 동네 비건옵션 맛집 정보를 업데이트 한다던가 맛있는 과일을 직거래할 수 있는 곳을 찾아요. 저의 관심사의 본질은 역시 아픈 몸으로 돌아가는 거 같아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환경과 성평등 등의 활동가들을 만나기도 하고, 제가 그동안 잘 몰랐던 장애인들을 삶의 바운더리 안에서 관계 맺고 싶다는 생각에 수어를 배우기도 하고 장애복지재단에서 교육도 시작했어요.